‘탈진실’의 시대,
저널리즘이 다시 승리하는 법
피터 포메란체프의 Noema 기고문 요약 & 인사이트
“미디어는 민주주의의 몰락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 세계 민주주의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팩트보다 믿음이 앞서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 전통적인 ‘팩트체크’는 오히려 반발심만 부추깁니다.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에 맞서 저널리즘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현대 프로파간다 분석의 권위자 피터 포메란체프가 제시하는 실전 전략을 정리했습니다.
1. 이분법의 함정을 피하고 ‘균열’을 찾아라
독재자들은 세상을 ‘애국자 vs 배신자’, ‘전통 vs 진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눕니다. 언론이 이 프레임에 갇혀 ‘문화전쟁’을 보도하면 그들의 의도대로 흘러갑니다. 헝가리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 🇭🇺 헝가리의 교훈: 오르반 총리의 ‘소로스 음모론’이나 ‘이민자 혐오’보다 더 효과적인 공격 포인트는 ‘부패’와 ‘경제적 불안’이었습니다. 이념 싸움이 아닌, 대중의 실제 삶과 직결된 문제를 파고들 때 견고해 보이던 지지층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2. 팩트 너머의 ‘트라우마’를 어루만져라
권위주의적 선동은 마치 사이비 종교처럼 사람들의 두려움과 결핍을 파고듭니다. 이때 차가운 팩트체크는 감정적 위안을 주는 거짓말을 이길 수 없습니다.
🇺🇦 우크라이나의 전략
역사 논쟁 대신 ‘공유된 트라우마’(체르노빌,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를 다룬 다큐멘터리가 친서방과 친러시아로 나뉜 국민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대신, 서로의 고통을 경청하게 만드는 스토리텔링이 신뢰를 회복시켰습니다.
🇷🇺 러시아 대중 설득
러시아인들에게 ‘전쟁 범죄’나 ‘엘리트의 부패’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국내 범죄율 증가’ 보도가 전쟁 지지율을 떨어뜨렸습니다. “강한 러시아”를 원했던 그들에게 전쟁이 내 삶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사실은 참을 수 없는 모순이었기 때문입니다.
3. 큰 그림을 보여주고 ‘시민의 힘’을 복원하라
자극적인 휴먼스토리나 단순 통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이민자 보도 실험 결과,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맥락이 있는 기사’였습니다. 문제의 근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여 대중의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음모론에 빠지는 이유는 무력감 때문이다. 저널리즘은 독자에게 ‘세상은 바뀔 수 있고, 당신이 그 주체다’라는 시민적 주체성을 돌려주어야 한다.”
📝 에디터의 요약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지키는 힘은 역설적이게도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공감’과 ‘맥락’에 있었습니다. 선동가가 만든 프레임을 거부하고, 대중의 진짜 불안과 결핍을 어루만지며,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것. 이것이 탈진실의 시대를 건너는 저널리즘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자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