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아래 (Under the Sun):
완벽한 연극, 그 틈새로 흐르는 눈물
“이 영화의 대본은 북한 당국이 제공했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완벽한 사회주의 낙원. 북한이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비탈리 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태양 아래>는 그들이 의도한 ‘완벽함’이 얼마나 기괴한 허구 위에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폭로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고발 영화가 아닙니다. ‘거짓을 연기하는 과정’ 그 자체가 진실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기록입니다.
1. “다시, 더 기쁘게 웃으라”
8살 소녀 ‘진미’의 가족은 평양의 고급 아파트에 살며, 아버지는 봉제 공장의 엔지니어, 어머니는 두유 공장의 노동자로 소개됩니다. 식탁 위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가족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체제의 우월성을 찬양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거짓입니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 순간, 검은 코트의 북한 감시요원들이 난입합니다. “동무, 표정이 너무 어둡습니다”, “더 활기차게 조국을 찬양하십시오.” 그들은 배우의 대사와 억양, 심지어 감정의 온도까지 통제합니다. 감독은 ‘컷’ 소리 이후의 이 리허설 장면들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영화에 담았습니다. 그 순간, 선전 영화는 소름 끼치는 리얼리티로 변모합니다.
2. 통제된 시스템 속의 균열
영화 속 북한은 거대한 세트장과 같습니다. 모든 인민은 각자의 배역을 맡은 엑스트라처럼 보입니다.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입단하는 영광스러운 날조차, 아이들은 추위와 졸음과 싸우며 기계적인 동작을 반복합니다.
감독이 포착한 것은 웅장한 체제 선전물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피로감입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사상 교육 속에서 아이들은 꾸벅꾸벅 졸고, 어른들의 눈빛은 공허합니다. 화려한 색감의 거리와 대비되는 무채색의 표정들은 그 어떤 비명보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3. 진미의 눈물, 그리고 침묵
영화의 백미이자 가장 가슴 아픈 장면은 마지막 인터뷰입니다. 제작진이 진미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라”고 말하자, 아이는 대답 대신 눈물을 흘립니다. 행복이라는 감정조차 검열당한 듯, 아이는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릅니다.
진미가 눈물을 멈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읊조린 것은 즐거운 추억이 아니라, ‘김일성 대원수님’을 찬양하는 시였습니다. 스스로의 감정보다 체제의 교리가 더 깊이 각인된 8살 소녀의 모습은 북한 체제가 인간의 존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태양 아래, 인간은 없었다. 오직 신화만이 존재할 뿐.”